아빠, 저예요.
벌써 아빠를 못본지 10년째 되었네요.. 시간이 참 빠르죠?
이제 좀 아득히 멀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도 아빠 생각만 하믄 눈물이 나네요.
왜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나야만 하는지.. 참 많이 원망했는데...
오늘 아침에 꿈을 꿨는데.. 작은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매우 젊으셨던 모습이었어요. 매우 잘생기셨드라구요... ㅎㅎㅎ
결혼식이었는지 어디였는지 모르겟는데 행사장 같은 곳이었는데.. 저를 이끄시더니...
아빠에게 추모하라고 하시믄서 유품이라고 주시더라구요..
머 계산기 메뉴얼? 이런거 였는데.. 이 걸 왜 가지고 계셨지라고 생각하다가 알람에 깼는데..
별 꿈 아니겠죠? 오랜만에 작은 할아버지 뵈어서 좋았어요..
해외 있느라 자주 못뵙고.. 또 귀국해서도 아프신데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찾아뵐 생각이 계속 있었는데.. 결국 못뵙고 장례식에서 뵈어서 속상했어요... ㅠㅠ
아빠는 왜 제 꿈에 안 찾아오세요? 서운하네요....
아빠없이 과연 이 험난한 세상을 잘 살 수 있을까란 걱정을 참 많이 했는데....
졸업도 잘했고 대기업도 잘 갔고.. 얼마 전에는 사랑하는 여자 만나서 결혼도 했어요..
지난 번에 보셨죠? 아내가 많이 이쁩니다! 성격도 착하고 요즘 여자같이 명품을 좋아하지도 않고..
전세삻이도 싫고 이사다니는 것도 싫어서... 집도 샀어요.. 대출이 대부분이지만...
요즘 너무 행복하네요.. 집도 이쁘게 잘 꾸몄고.... 행복합니다... 많이.. ^^
다 아빠 덕분인 거 잘 알아요...
편입 이후 대학 생활도 그렇고, 취업도 해외 주재 생활도..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도 그렇고...
다 가진 능력보다 운이 좋았어요.. 완전 럭키 가이죠... 다 아빠가 보살펴 주셔서. ^^
앞으로도 계속 지켜주실꺼죠? 엄마도 항상 건강하게 오래오래 저희 곁에 있게 도와주세요..
외로우시다고 엄마 빨리 데려가시면... 저희 너무 힘들어요...100세까지 같이 있게 해주세요.
민경이도 곧 시집가요.. 벌써 다 컸어요... ㅎㅎㅎ 기쁘시죠?
아빠 손잡고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민경이도 다 잘되게 보살펴 주시구요..
꿈때문인지 아빠 생각이 나다가... 여기라도 편지를 남겨보자 하고 쓰다보니 주절주절 길어졌어요..
설 즈음에 찾아뵐께요.... 아빠. 사랑합니다.